노인의 성생활
2009.09.23 8087 관리자
최근 한 편의 영화로 인해 노인들의 성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영화 <죽어도 좋아>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70대 커플의 일상 생활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제목부터 가히 파격적이다. 각각 배우자를 사별한 70대 노인 두 사람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고 다음날 살림을 합친다. 인생의 황혼기인 이들의 애정은 20대 젊은 신혼부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행위를 했다고 달력에 ‘표시’한 날이 어떤 때는 하루 2번도 있을 정도이다. 이들의 성생활은 “아유 죽겠네” “어유 좋네” 등의 감탄사가 연발할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의 스토리에 대해 ‘영화니까 그렇지, 설마 그렇겠나?’라고 마음속으로 자문해 볼지 모르겠다. 젊은이들 중에는 노인이 성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 한 대학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나라 65세 이상 노인 5명중 1명이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당연히 노인에게도 성생활은 있다. 이들은 성적인 욕구를 느끼며 성생활도 유지하고 있지만 다만 남의 이목 때문에 드러내 놓지를 못할 뿐이다. 노인도 젊은이 못지 않게 성교와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성적인 반응이 신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단지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젊었을 때에 비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자의 경우에는 성적 흥분이 와도 유방이 덜 커지거나 커지지 않는다. 성적 홍조 (성교시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덜 나오고,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며, 질 속 윤활유가 감소하고, 근육의 탄력성 감퇴로 인해 질벽의 나긋나긋함이 덜해지고, 오르가즘 때 질벽의 근육 경련이 덜하다. 남자의 경우에는 음경이 발기하고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음경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을 오래 해야 하고, 발기한 음경이라 해도 청년기 때보다 가늘고 덜 뻣뻣하다. 음경의 발기 각도가 젊을 때처럼 크지 못하며, 사정을 하고픈 욕망이 젊을 때보다 적어진다. 사정하는 정액의 양과 횟수도 줄며, 오르가즘 때 음경 경련의 강도도 약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체적 변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 조루증이 있던 남자는 노년기에 이르러 심리적으로 느긋해져 성교 시간을 오래 끌 수 있고, 음경이 발기하려면 직접적인 자극이 오래 동안 필요하므로 배우자에게 애무의 기회를 그만큼 더 주는 결과가 되어 여자에게 오히려 즐거움을 더 줄 수도 있다.
노인기의 성생활에는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 요소들도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준다. ‘노인이 되었으니 이제 와서 무슨 성생활이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주위 사람들의 생각이 노인들로 하여금 성생활을 포기하게 만든다. 특히 이러한 생각은 학력이 낮은 경제?사회적 하류층 여자들 중에서 폐경기를 거친 후에 많이 나타난다. 왕성한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욕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3대 가족이 한지붕 아래에 같이 살면서 손자들과 함께 잠을 자야만 하는 환경, 또는 분가해서 살더라도 방안이 지저분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그런 환경에서는 성욕이 생길 수가 없다. 만약 두 노인 부부가 한적한 곳에 떨어져서 집안 분위기도 밝고 온화하게 꾸민 집에서 산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이 성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남편이 성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내 쪽은 거의 모두가 쉽게 성생활을 포기하고 잊고 지내며, 남편 또한 아내 쪽의 영향을 받는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성에 대해 부부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실제 노인들의 성교 빈도는 어떠할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미국의 자료를 인용해보면, 1959년 어떤 조사로는 65세 이상 남자의 70%가 월4회 성교를 갖는다고 보고되었고, 1975년의 보고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남자 80%와 여자 33%가 성생활에 관심이 많으며, 남자 70%와 여자 20%는 지금도 실제로 성생활을 한다고 조사되었다. 반대로 198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지난 6년간 성생활이 전혀 없었다는 사람이 남자 18%, 여자 33%로 보고된 바도 있다.
성생활에서는 배우자와의 직접적인 성교도 중요하지만, 자위 행위도 성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노인들 가운데는 예상보다 자위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위 행위는 배우자와 사별해서 혼자 사는 쪽이 물론 많겠으나, 배우자가 있으면서도 혼자서 자위를 즐기는 경우가 있다. 1981년 미국 통계로는 자위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남자의 경우 60대 53%, 70대 30%, 80대 46%이고, 여자의 경우는 60대 47%, 70대 49%, 80대 35%이다. 여자의 자위 행위는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데, 예컨데 폐경기 이후의 여자들에서 자위 행위로 인한 오르가즘을 정기적으로 경험하는 여성은 질 위축과 외부 성기의 장애도 적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노인에서의 성생활에 대한 논의는 금기시 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노인들의 성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에도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질이 높은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성생활이 필요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신체적 기능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저하된 노인들에서는 육체적인 관계를 통한 성생활에 못지 않게 서로간의 정신적인 교합을 통한 심리적인 일치감이 중요하다. 무리하게 음경을 삽입하려는 것보다는 부드러운 신체적 접촉과 애무를 통한 육체적, 정신적 만족이 더욱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 정신과 김희철 교수 · 상담 및 문의 : (053)250-7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