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철 교수)
2009.02.08 5422 관리자
‘계절성 우울증’ 찬바람 불면서 만사 귀찮아지는 계절병
실내조명을 밝게, 햇빛 많이 쐬고 활발히 움직이는게 예방
심하게 가을 타고 증상 반복되면 정신과 진료 받는 것이 좋아 
40세 중년 여성이 최근 아침에 일어나면 기운이 없고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며 울고 싶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이 여성은 금년 9월 중순부터 기분이 우울했는데, 내원 2주전부터는 혼자 우는 일도 생기고, 팔 다리가 쳐지고 늘어지며 어느 순간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들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단팥빵이나 초콜릿 등을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도 하여 체중이 4kg이나 늘었다. 낮에도 졸음이 와서 집안일도 못하고 누워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가끔씩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이 여성은 처녀 때부터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철만 되면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지고, 혼자 있고 싶어지며 무겁고 슬픈 음악 듣기를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을을 타는 여자’라는 말을 들어왔다고 한다. 대개 겨울을 지나 봄철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달한 성격이 되살아났으며 지금까지는 일상생활에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기에 단지 가을을 많이 타는 것이려니 생각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정신과 진료 후 우울증의 일종인 일명 ‘계절성 우울증’을 진단 받았으며 입원 후 항우울제와 지지적 정신치료를 시행 받고 증상이 좋아져 퇴원하였다.
1. 계절성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동물도 계절에 따라 어떤 때에는 활동적이 되고, 많이 먹으며, 잠을 덜 자고,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가 있는 반면, 다른 때에는 덜 먹고 위축되며 활동도 줄어드는 시기가 있다.
인간도 늦가을이 되면서 우울증의 각종 증상이 생겼다가 다시 봄이 되면 생기발랄해지고 의욕을 되찾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주요 우울 삽화가 적어도 2년 연속 존재하며, 주로 가을과 겨울에 발생하여 봄과 여름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겨울철 우울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분류했을 때 계절에 따라 재발하는 주요 우울증 또는 양극성 장애의 우울 삽화를 통칭해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하는데, 여기에 계절성 우울증이 포함된다.
2.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은?
주요 증상은 어느 순간 갑자기 우울한 기분이 밀려들어 의욕이 떨어지고 손끝 하나 움직이기 싫어지는 것이다. 또한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졸리며 때때로 빵이나 과자 등 단 음식과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체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흔한 증상
① 무기력 ② 활동의 감소 ③ 사회적 위축 ④ 성에 대한 흥미의 감소 ⑤ 과다 수면(혹은 불면) ⑥ 과식(혹은 식욕 감퇴) ⑦ 당분섭취에 대한 욕구증가 ⑧ 체중증가(혹은 체중감소)
우울증의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밀려오고 희망이 없어져 방안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거나 중독성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또 미래에 대한 절망과 현실을 헤쳐나갈 자신감을 잃어 자해나 자살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운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는 자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3.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
빛에 대한 노출 시간이 감소하는 것이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환자들 중 일부는 빛의 양에 매우 민감한 경향을 보인다. 광치료를 통해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효과를 얻고 있지만 실제 이 효과를 제외하곤 빛의 부족이 계절성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현재까지 계절성 우울증의 병인을 설명하기 위해 이용되는 여러 가지 가설들은 다음과 같다.
1. 유전적 원인
계절성 우울증 환자와 이들의 친척들 간의 연구를 통해 발병의 유전적 요인을 의심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이 관찰되었으며 또한 유전자 분석 연구에서는 세로토닌 수송체의 짧은 대립유전자 다형성이 건강한 사람보다 더 많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도 있어서 계절성 우울증의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2.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일주기 리듬과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멜라토닌의 분비이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했으나, 이후의 연구를 통해 계절성 우울증 환자에서 멜라토닌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3. 생체 시계
일부 연구에서는 일주기의 생체리듬이 지연되는 것이 연관있다고 보고한다. 즉,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광치료를 하면 생체리듬이 당겨져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우울증이 호전되는 것과 관련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4. 단가아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세로토닌과 카테콜아민의 이상으로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이론인데, 광치료는 이러한 이상을 교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겨울철에 세로토닌의 전환율이 감소하였다. 이것이 평균 일조 시간의 계절변동 추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세로토닌 및 노르아드레날린 계통의 항우울제 투여가 치료효과를 얻는 것으로 보아 이들 신경전달물질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4.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는?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는 다른 우울증의 치료와 유사하다. 다만 광치료가 계절성 우울증의 첫 번째 치료법으로 추천될 만큼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광치료를 시작할 때는 대개 오전에 2,500 lux의 빛을 쐬게 하는데, 환자가 이에 반응이 없거나 다른 치료를 원할 때에는 항우울제 투여가 고려되어야 한다. 일부의 경우에는 항우울제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1. 일반적 지침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실내 조명을 밝게 유지하고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며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틈나는 대로 햇빛을 쐬고 점심 식사 후 바깥에 나가 산책을 하며, 집안에 있을 경우 빛이 드는 창가에서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이 좋다.
계절성 우울증 예방법
① 자신의 기분과 기운에 주의를 기울여라.
② 가을이 시작될 즈음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느껴진다면,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활동 계획을 구상하라.
③ 가능한 최대로 많이 햇빛을 쐬도록 노력하라.
④ 평소 운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라.
⑤ 이런 방법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가라앉고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하라
2. 광치료
광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우울증이 다른 의학적인 질환이나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우선 감별해야 한다. 또한 광치료는 시간이 걸리고, 규칙적으로 시행해야 하므로 미리 환자의 상황이 이에 적절한지 알아보아야 한다. 보통 2,500 lux의 빛을 이용해 2시간 동안 치료를 받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10,000 lux의 빛을 30분 동안 쐴 수도 있으며 빛의 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광치료는 주로 오전에 시행하며, 저녁 시간의 치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환자는 백색광을 쐬면서 치료 도중 책을 읽거나 아침을 먹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직접 빛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3. 약물치료
시간의 소요가 적고, 광치료 기구를 이용함에 따른 불편감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치료에 항우울제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은
약물의 습관성이나 의존성 등을 우려해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항우울제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등의 향정신성약물과는 달리 습관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는 보통 2주 이상 지속해서 약물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섣불리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고,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재발의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다.
4. 정신치료
인지행동요법이나 대인관계치료 등 단기정신치료 등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운동이나 수면박탈치료 등도 시도되고 있다.
● 김희철 교수 /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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