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2010.11.09 4410 관리자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흔한 병으로 세계에서 판매되는 약 순위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10위 안에 들 정도다. 100명 가운데 15명 가량은 일생에 한 번쯤 우울증에 걸리지만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아 우울증 환자의 15%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울증은 상실과 좌절을 입은 사람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이다.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사는 낙(樂)이 없어지면서, 사는 의미를 상실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여, 일부이지만 극단적으로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 우울증이다. 한국에서는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다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정서와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이상이 발병의 제1원인이며, 실직이나 이혼, 사별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사업이나 입시에서의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신체적인 질병, 경제적 어려움이나 실직 상태 후에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기간이 2주를 넘지 않거나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그다지 지장이 없다면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우울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가정이나 직장,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의 핵심증상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한 기분과 흥미와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보다는 소화불량, 두통, 과호흡, 흉부의 압박감 혹은 불편감, 피로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신체증상을 먼저 호소하기도 하여 정신과보다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을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되는 일도 많다. 이 경우 해당 진료과의 선생님으로부터는 ‘신경성’이란 말을 듣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서 가장 심각한 경우가 자살 시도이다. 자살자의 80%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던 환자이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할 정도로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이 위기 사항을 제대로 감지해 차단한다면 자살은 줄일 수 있는 사회현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끄럽게도 한국은 2004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국(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자살증가율 1위로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신체적 질환에서도 우울증이 흔히 동반된다. 대표적인 질환이 암,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AIDS, 파킨스병, 알쯔하이머병, 만성신부전 등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신체질환을 방치하게 되어 병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다른 신체질환을 유발시키거나 동반된 신체질환의 예후를 나쁘게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 있으면 심근경색증, 뇌졸중, 당뇨병이 걸릴 위험이 1.5~2배 높으며, 우울증과 연관되어 전반적인 사망률이 약 1.7배 높다고 한다. 우울증이 기존에 있는 신체적 질환을 현저히 악화시키는 경우를 보면, 당뇨병에서는 2.3배, 울혈성 심장병에서는 8배 사망률을 높이고,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에서 우울증이 있으면 2년 후 사망률이 2.6배 높다고 한다. 그리고 신체질환에 우울증이 동반되면, 평균 병원방문횟수와 평균 진료일수가 증가되므로, 환자의 고통 및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대하게 된다.
부모들의 우울증은 자녀들의 정서적 상태에 나쁜 영향을 주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한 어머니의 자녀들에서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길 위험이 3배나 더 높고, 자녀들의 문제가 치료 받지 않고 방치될 위험이 4배 더 높으며, 어머니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지 않을 위험이 10배나 높았다. 가장 최근 우리 병원 가정의학과와 정신과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울 증상은 학생들의 학업성적에도 직접 영향을 주어 특히 여학생의 경우 성적이 낮아질수록 우울 성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처럼 흔하고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리 생활의 여러 측면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 다행히도 오늘날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법이 크게 진전되어,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그 효과가 좋아서 많은 경우가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다.
● 김정범 교수 /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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